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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동네작가 1기 上. 우리가 가본 동네
유휴에서 함께 경험 했던 일상의 기억
진, 튜나리, 보원, 수민, 진규, 단도리
그래픽아트, 사진, 요리, 위빙, 기타, 유튜버
지역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기간
05.25 - 06.01
동네작가들은 작업 이외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휴에서 일상을 보내면서 그 방식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일상을 보내기도 하며, 서로를 위한 공연과 클래스를 열어주기도 하며,
때로는 사진을 찍어주거나 요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동네친구도 사귀게 되었습니다.
은모래비치에서 진행된 수민작가의 위빙 클래스

"호젓하고 적막하지만 어딘가 넉넉함이 있는 곳이었어요2"

유휴하우스가 위치한 상주까지 오기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걸려 유휴하우스에 도착하고 동네를 둘러 본 느낌은 어떠셨나요?

 

보원: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5시간이 걸려 내려가는 동안 오랜만에 개강을 위해 대구로 가는 생각에 설레었어요. 유휴에 도착하니 늦은 밤이었는데도 밤을 잊은 것 같은 새소리와 귀를 맴도는 바람소리가 들려 편안하고 안락했어요.

 

튜나리: 5시간을 운전하며 내려와서 도착한 은모래비치와 유휴하우스는 뭐랄까요.. 제가 살던 세계에서 다른 차원의 문을 지나온 것 같았어요. 지금 제 삶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꼈어요.

 

수민: 경주도 분명 같은 경상도인데 3시간을 운전해서 도착했어요. 남편이 운전해서 미안했는데, 가는 길 풍경을 보며 즐거워하는게 보여서 안심했죠.(웃음) 유휴하우스로 들어설 때 옹기종기 모여 계시던 동네 어르신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계신 거 보면서 3년 전 경주로 이사왔을 때의 어르신들과 같은 시선을 느껴 3시간이지만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았어요. 

 

진규: 저는 한적한 바닷마을은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남해의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경관에 놀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동차 엑셀을 누르던 다리의 힘도 풀게 되었습니다. 마치 앞으로 5일의 여정이 제 삶의 시간을 잠시 멈춰주는 경험이 될 것을 예견이라도 하듯 말이죠.

 

진: 도시생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 중에 남해에서 일주일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설레여서 5시간이 즐거웠어요. 도착하고 만난 유휴하우스와 동네는 제가 딱 원하던 분위기를 풍겼어요. 호젓하고 적막하지만 어딘가 넉넉함이 있는 곳이었어요. 

 

단도리: 저는 같은 경남에 있는 창원에서 왔지만 자가용 없이 상주를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첫날은 친구가 데려다 줘서 도착했어요. 밤늦게 도착해서 다음날이 되어서야 동네를 둘러볼 수 있었는데, 여름을 맞이하는 상주는 조용히 삶을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과 해수욕장으로 나들이, 캠핑을 온 사람들의 활기가 어우러져 있었어요. 

은모래해변의 모습
보드게임 '텔레스트레이션'

"그림 실력과 관찰력이 한번에 낱낱이 밝혀졌죠"

보드게임 ‘텔레스트레이션’을 하면서 서로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많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보원: 서로를 이어주는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림 실력과 관찰력이 한번에 낱낱이 밝혀졌죠. 그래서 매일 저녁 다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게임을 준비 하던게 떠오르네요. 특히 진이 그리셨던  불매운동에서 운동을 표현 하는 역기 드는 사람의 엉덩이 골이 너무 디테일해서 답을 적을 때 입술을 꽉 깨물었던 기억이 나네요. 

 

튜나리: 불매운동이 발사훈련이 되고 남북전쟁으로 가던 그 전개 과정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어우러져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매 순간이 소중하게 남은 듯 하네요. 

 

수민: 제가 고른 단어가 돌고 돌아 다시 저에게 왔을 때, 분명 쉬운 단어라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이게 왜? 어쩌다 이렇게 변했지?’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하나 하나 과정을 점검하다보면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런 해명(?)을 듣는 시간이 특히 재미있었어요.

 

진규: 개인적으로 매니저님이 그리셨던 최민식 배우가 가장 생각이 나네요. 느그서장 남천동 살제… 

 

진: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생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다를 줄은 몰랐어요.. (웃음)

진작가가 그린 '불매운동'의 엉덩이 골을 보고 입술을 깨문 보원작가
수민작가의 독사진을 찍어주는 튜나리작가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버튼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어요"

보원, 매번 요리를 하시고 레시피를 색연필로 작성해서 유휴하우스에 남겨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였어요. 남겨진 색연필 레시피에 바라는 점이 있으실까요?

영화 ‘줄리엔줄리아’를 보면 줄리아가 남긴 요리책을 통해 줄리가 요리를 하거든요. 저는 남해에서 줄리가 되기 위해 두꺼운 스페인 요리 책을 가져왔죠. 그래서 남해의 줄리가 된 5일은 너무 행복했어요.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따라하는 것 뿐일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서 찾은 충만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삐뚤 빼뚤 그린 레시피라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되요. 유휴에 오시는 분들이 제 레시피를 보고 요리를 할 수 있고 또 본인만의 행복 레시피를 발견 하셨으면 좋겠어요

튜나리, 동네작가들의 독사진을 모두 찍어주셨어요.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모두가 설레임을 가지고 오셨다고 생각해요. 처음 마주한 곳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처음 하는 일을 하게 될텐데, 여기 모인 모든 작가분들이 자기 삶에서 큰 기억을 만들고 이 곳을 떠날 거라 생각했어요. 누구나 예전 사진을 보게 되면 그때의 냄새, 날씨, 기분 같은 것들이 자동재생 되잖아요? 그런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버튼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어요.

진규, 마지막날에 유휴하우스에서 작가님들을 위한 연주회를 열어주셨어요. 연주곡 설명과 함께 연주가 시작되자 진규님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느꼈어요. 평소에 하시던 큰 공연장에 비하면 작은 연주회인데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나요? 

4박 5일간 꿈같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유휴하우스와 작가님들과 이런 기회를 찾아내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연주에 임했어요. 다시금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단도리, 금요일 저녁에 오시자마자 작가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진규의 연주를 듣게 되어서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낯을 많이 가려서 걱정을 했었는데요. 들어가자마자 굉장히 화기애애한 분위기더라고요. 그런게 위화감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편한 분위기에 나도 쉽게 동화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던 것 같아요. 저는 주로 혼자 여행을 다니는 편이라서 늦게 참여하는 상황이 종종 있었어요. 단체사진을 찍거나 저녁상을 마주하게 되거나 하는 상황이죠. 그럴 때 저는 준비해온 술을 꺼내는 방식으로 합류를 하는 편이에요. 유휴에서의 첫날도 그랬죠. 지금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클래식 기타 연주를 하는 게스트를 만나게 되는 경우는 너무 드물어서 연주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진규작가의 금요일 밤 클래식기타 연주회
색연필 레시피를 만들고 있는 보원작가

"솔직함의 차이인 것 같아요"

수민, 은모래비치에서 동네작가들 대상으로 진행했던 위빙클래스에 놀러온 동네친구의 작품을 경주에 들고 가셔서 남긴 인스타 글을 봤어요. ‘하다가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은 잘라버리고, 고민하다가 주위도 둘러보다가 다시 쌓아가고 어느 순간 아예 일어나 보드 타러 떠났는데,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고 배웠어요’라는 글과 함께 완벽하려는 강박에서 못 벗어난 점을 다시 돌아보신 것 같았어요. 어떤 차이에서 동네친구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함’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늘 ‘아이처럼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열 살의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일단 같이 하고 싶다는 말도 안 했을 것이고 막상 하더라도 재미 없고 보드를 타고 싶어져도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하는 척만 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하기 싫어서 그만 둔게 아니라는 듯이 엄마나 친구가 기다려서 가야된다고 거짓말을 했을 거예요. 저는 어른에게 ‘착하다’,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하는 아이었거든요. 그래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동네친구가 너무 멋져보였고, 부러웠어요. 또 만나러 가고 싶네요.

진, 유휴하우스가 위치한 임촌마을에서 초등생 동네친구를 만나 보드도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았어요.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남해에서 가장 먼저 친해진 친구인 것 같은데 어떤 경험이었나요?

동네친구는 둘째 날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만나게 되었어요. 보드타는 저를 자전거로 따라왔었죠. 그 다음날도 혼자 보드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저를 놀래켰어요. 저는 어릴 때 낯을 많이 가려서 모르는 사람한테는 말도 안붙였거든요. 그래서 먼저 다가와준 동네친구가 많이 고마웠어요. 덕분에 짧은 일주일을 마냥 여행이 아니라, 잠시 사는 것 처럼 보냈던 것 같아요. 서울로 올라올 때 간다고 인사도 못했던게 아쉽네요. 저에게 신기한 경험이었던 만큼 동네친구에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수민작가의 위빙 클래스에 참여한 동네 초등학교를 다니는 친구 (분홍색옷)
동네작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고 있는 단도리작가

남해에서 동네작가를 마무리하고 서울로 경주로 창원으로 일상으로 되돌아간지 2주가 지났어요. 아직도 여운이 있어 종종 인스타그램 스토리’동네작가1기’를 보기도 하는데, 지금의 일상은 어떠세요? 동네작가의 경험이 일상에서 보탬이 되었나요?

보원: 구직자의 신분으로 방문했던 유휴에서의 삶 이후 2주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저는 현재 맥주 회사에 입사해 하이엔드 맥주 브랜드를 담당하게 되었죠. 한 밤에 들은 멋진 기타 선율과 바다를 보며 만든 위빙 작품, 드론으로 본 멋진 은모래해변의 모습, 롱보드의 관점에서 느낀 속도감 등 유휴에서 멋진 분들과 함께 보낸 몸과 마음이 행복했던 5일에 감사해요. 달리기 말고 걷는 것도 즐겁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던 유휴하우스와 동네작가 1기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해요.

 

튜나리: 속 깊숙하게 숨어있던 미처 알아 차리지 못한 나의 다양한 모습을 구석구석 들여다 보면서, 하나의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모습에서 다양한 선들을 계속해서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막연하게 쉼을 위해서 찾은 남해에서 진짜 쉰다는게 뭔지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모이는 그날까지 경험들 이쁘게 담고 있을게요.

 

수민: 남해에서 처음 듣는 새소리가 뭔지 찾아보고 모르는 꽃 사진을 찍어 검색해보면서, 제가 꽃과 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자전거를 타고 대뜸 못 가본 시골길로 들어서는 취미가 생겼어요. 풀꽃을 발견하고 새소리를 쫓아 가는 재미에 푹 빠져서 바빠도 예전처럼 마음이 무겁지 않아서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진규: ‘힐링’과 같은 감성 충만한 단어에 깊은 거부감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여행은 아내가 된 수민씨와의 시간을 제외하고 결혼 이후 우리 부부가 느낀 단연코 최고의 ‘힐링’이었어요. ‘힐링’이라는 단어만큼 맞아 떨어지는 적절한 단어를 고를 수 없는 저의 어휘능력에 자존심 상하지만 저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인 것 같네요. 최고의 힐러가 되어주신 작가님들과 유휴하우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

 

진: 제가 스스로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일주일’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만큼 잘 쉬었고 여운이 남네요. 매일 타는 지하철과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들에서 벗어나, 밤이 또렷한 상주마을에 머무르는 동안엔 바람소리 풀향기 하나하나에 예민했어요. 불빛 없는 해변에 누워 느끼는 감각들을 곱씹는 동안엔 정말 행복했어요. 쉬는 방법을 몰라 혼자 끙끙앓던 제게 이를 알려준 유휴 정말 감사해요. 유휴~

 

단도리: 궁지에 몰리거나 위기의 상황에 기지를 발휘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로 여유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도전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이번에 남해에서 새롭게 도전한 ‘드론’촬영처럼요. 비가 쏟아지던 날에는 ‘응 나에게는 내일이 있으니까’하고 편한 마음에 유휴로 다시 오기도 하고 새벽촬영 후에 낮잠도 충분히 잘 수 있었던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남해에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덕분에, 제 일상을 조금 더 풍성하게 기록하는 방법을 하나 더 터득한 것이죠. 감사해요. 유휴하우스!

동네작가 1기 단체사진 수민 진규 단도리 진 보원 튜나리 경환 (왼쪽부터)
동네 위치
에디터. 김경환 l 사진. 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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