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 '이스트씨네'
오승희 박일우
부부
동네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정동진)
동네의 흐름에 맞춰서 살아가려고 하면,
귀촌 생활도 큰 불편함은 없다고 말하는
'이스트씨네' 오승희, 박일우 부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서울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정동진 오기 전까지 서울에서도 서점을 운영했어요. 살고 있던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있었는데 30년 가까이 된 동네 책방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둘이서 함께 그 서점을 이어가면 좋겠다 생각했지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서점 공간을 좋아했던 터라 해볼 수 있겠다 싶었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서점을 그만 두신 이유가 있었나요?
막상 서점을 운영하는 현실은 상상과 달랐어요. 서점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 서울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은 운영하면서 느껴지는 지침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대안적 삶을 생각했죠. 그게 탈서울을 생각한 가장 큰 이유였어요.
그런데 또 서점을 하고 계시네요. (웃음)
네. (웃음) 서점을 운영하면서 좋은 것들도 많았어요. 우선으로 우리 삶에 책이 중심이 되는 것도 좋았고, 책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이 좋았어요. 그 경험들을 계속해 나가고 싶었어요.
정동진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탈서울을 고민하던 시기에 여행 삼아 종종 지방 소도시를 물색하며 다녔는데, 정동진은 정동진독립영화제 때문에 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영화제가 끝나고 주변에 갈 곳이 마땅히 없더라고요. 문득 이런 곳에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관광지인데 조용한 이 동네가 궁금해서 그 이후로 2년 정도, 계절별로 정동진을 다니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지역인지 살펴보며 고민하게 되었어요.
정착을 위한 부부의 체크리스트
승희님 체크리스트 | 일우님 체크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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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벌더라도 덜 소비하는 삶을 살고자 했죠."
공간 소개 좀 해주세요.
1층은 주로 책을 판매하고 카페를 이용하는 공간인데요, 안쪽에는 비건 빵과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주방 공간이 있어요. 그리고 2층에는 저희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1인 여성을 위한 ‘영화로운 스테이’ 공간으로 운영하고도 있어요. 서점 영업이 끝난 후 스테이를 이용하는 분들에게 1층의 서점 공간을 내어드려 영화를 보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지금 공간은 어떻게 구하셨어요?
인터넷으로요. (웃음) 귀촌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공간을 구하는 문제 같아요. 지역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 때문인지 매물 찾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정동진을 몇 번씩 오가며 현장에서 매물을 찾으려고 해도 찾기가 어려웠어요. 주로 온라인 부동산을 검색해서 찾아보게 됐죠.
계속 도시에서 지내셨는데, 귀촌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서울에서의 삶이 편리하기는 해도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는 삶이라 그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적게 벌더라도 덜 소비하는 삶을 살고자 했죠. 지역에 오면 당연히 그전보다 불편할 수 있겠다 예상도 했고요. 그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관으로 살아가기 위해 정동진을 선택했고, 이 지역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려고 해서 큰 불편은 사실 없어요. 버스를 놓치면 1~2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런 소소한 일들 빼고는요. (웃음)
"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그게 가장 큰 목표예요."
요즘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세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어요. 때에 맞춰 잘 챙겨 먹고 충분한 잠을 취하는 것까지도요. 해야 할 일들과 쉼을 잘 배분해서 루틴 같은 일상을 매일 살아가고 있어요.
도시 생활을 떠나서 지역에서 생활한 지 3년 차가 되었는데 요즘은 주로 어떤 고민들을 하세요?
이주하고 나서 바로 공간을 오픈하다 보니까, 1~2년은 공간 운영하기에 급급했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이 불안해지기도 했고요. 평소 관계 맺던 친구들과 동료, 지인, 가족들과 멀어지고 나서야 제가 관계에서 위로받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다시 만들어갈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작년에 많이 힘드셨겠어요. 고민은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지인들이 많이 찾아와 주기도 하고, 줌으로도 만나기도 하고 서울을 종종 가기도 하면서 연결지점을 계속 이어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로 계속 유지할 순 없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 보려고 해요. 작년부터 여성 풋살 모임에 나가는 것도 그중 하나이고, 이스트씨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도 더 시도해 보면서 이곳에서의 다양한 만남을 기대해 보려고요. 물론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해요. 오히려 이곳에 와서 자연을 많이 즐기지 못했거든요.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많았을 거 같아요.
이스트씨네에서 만난 스테이 게스트 분들과의 시간들이 많이 기억에 남기도 하고, 자연과 함께 했던 순간들도 좋았는데 강릉 지인들과 지난 추석 명절에 이스트씨네에서 플리마켓을 했던 때가 기억에 남아요. 준비하는 시간도 재미있었고, 특히나 플리마켓이 끝나고 집에 다 같이 모여 보드게임과 윷놀이를 하면서 명절 음식을 나눠 먹었던 순간이 참 좋았어요. 타지에 와서 의지도 하고 즐거운 순간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네. 일단은 강릉 지인들과 울릉도 여행을 가보려고 해요. 강릉에서 울릉도가 정말 가깝거든요. 올해는 자연에서 많이 즐겨보려고요. 그리고 이스트씨네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2월 중에 오픈할 것 같은데 영화를 함께 보며, 영화 속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커뮤니티 시네마 프로그램을 판매할 예정이에요. 많은 분들이 따스한 봄에도 이스트씨네를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정동진에서 추천해 줄 공간이 있을까요?
정동진리 마을에서 금진해변까지 이어지는 헌화로 해안 드라이브길이 정말 좋아요. 정동진에서 마실 버스로도 갈 수 있고,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 도착하는 심곡항에서 해안길을 걷기에도 너무 좋아요. 밤이 되면 쏟아지는 별들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이스트씨네가 'pick'한 동네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