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과 다락이 있는 집에서 보내는 일상, '누누하우스'
박은우·이황제
부부
동네
경기도 수원시
작은 마당과 다락이 있는 집에서 두 아이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누누하우스’ 박은우, 이황제 님
"구도심 행궁동에서, 그것도 주택에서 살 수 있을까?"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박은우 현재는 가정주부예요. 원래 충남 아산에 있는 제조업 회사 연구개발(R&D) 부서에서 일했어요. 2020년에 일을 그만두면서 아산 생활을 정리하고 수원에 정착하게 되었어요. 그 사이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지금은 두 아들의 엄마로 육아에 전념하고 있어요. (웃음)
이황제 수원에 있는 반도체 회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2021년에 서울에 있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여 일하고 있어요.
이전 집은 신도시의 아파트였던 걸로 알고 있어요. 구도심의 단독주택으로 옮긴 계기가 궁금해요.
박은우 신혼 때 수원에 있는 아파트에서 4년 정도 전세살이했어요. 수원은 둘 다 연고가 없었는데 직장 때문에 자리 잡았거든요. 그러던 중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어디에 정착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남편 회사는 수원에 있었지만, 전 아산에 있어서 출퇴근하는데 거리가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 첫째 아이가 한 100일쯤 되었을 때, 우연히 행궁동에 놀러 갔어요. 그때 동네의 풍경과 분위기가 마음에 무척 들어서 '여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원 화성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와 좁은 골목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주택들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전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도 약간 있었거든요. (웃음) 그 후 남편과 수시로 행궁동을 오가면서 동네 구석구석 살펴보고, 괜찮은 주택 매물이 있는지 부동산 중개업소도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이 집을 발견하고 덜컥 사버렸죠. (웃음) 집이 마음에 들어서 사긴 했는데, 둘 다 행궁동에서 출퇴근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어요. 아산에 회사가 있는 저는 물론이고, 같은 수원이지만 남편 회사에서도 꽤 거리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절충안으로 1층은 신혼부부에게 전세를 주고, 2층은 주말마다 이용하는 세컨하우스로 살아보기로 했어요. 또 구도심인 행궁동에서, 그것도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사는 게 괜찮을지 확인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첫째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한 뒤에는 수원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아산의 아파트로 옮겼어요. 한동안 평일은 아산의 아파트에서, 주말은 행궁동의 주택에서 일상을 보냈어요. 주말 아침에는 부스스한 차림으로 행궁동 일대를 산책하기도 하고, 오후에는 새롭게 문 여는 동네 식당에서 밥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는 낙으로 지냈어요. 그렇게 1년 정도 수원과 아산을 오가며 지내다가, 다니던 회사에서 희망퇴직 했어요. 그때 당시 남편 일이 워낙 바쁜데, 수원, 아산을 오가는 생활이 힘들기도 했고, 저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부담이 커지던 시기였거든요. 마침 회사에서 전 사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고민 끝에 퇴직하기로 마음먹었죠. 퇴직으로 아산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졌고, 본격적인 행궁동 생활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희망퇴직 당시 받은 퇴직위로금을 마중물 삼아 오래된 행궁동 주택의 리모델링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웃음)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서 행궁동까지 오게 되었어요."
행궁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셨나요? 행궁동에서는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이황제 우선 수원을 선택한 이유는 당시 제 직장 때문이었어요. 제가 서울에 있는 회사로 이직해서 더 이상 수원에 살 이유가 없어졌는데도 아직 살고 있는 걸 보면 우리 가족이 이 동네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웃음) 구도심이라 오래되고 낡은 곳이 많지만, 이 모습 자체가 너무 예쁘고 매력적인 동네인 거 같아요.
박은우 평일 아침에 첫째 아이가 등원하고, 남편이 출근하면 둘째 아이와 시간을 보내요. 둘째 아이랑 다락과 마당에서 놀다가 동네를 산책하기도 하는데요. 집 바로 뒤 팔달산 둘레길을 걷기도 하고, 때로는 화서문에서 장안문으로 이어지는 장안공원 성곽을 따라 걸어요. 둘째 아이가 자동차와 기차를 좋아하는데, 수원 화성행궁을 순환하는 관광열차인 화성어차를 너무 좋아해요. 요즘은 화성어차 운행코스를 따라 산책해요. (웃음) 주말에 별다른 계획이 없을 때는 다 같이 팔달문 근처에 있는 공방 거리와 전통시장을 거닐어요. 드넓은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거나 함께 연날리기도 해요. 행궁동 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운데 한 가지 아쉬운 건 아이들 또래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아무래도 구도심이다 보니 학원 같은 교육시설이나 병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요. 내년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다시 신도시의 아파트로 이사 가는 걸 많이 고민하기도 했어요. 특히 친구들이나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만나 교육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면 그 고민이 더 깊어졌어요. 그러다 처음 이 동네에 정착할 때를 되돌아봤어요.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서 왔는데, 다시 남들처럼 살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 이후 이제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죠. (웃음)
누누하우스가 어떤 집이길 바라셨나요? 누누하우스라는 가명(家名)의 탄생 배경도 궁금해요.
박은우 중,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제 별명으로 '누누'라 불렀어요. 집 설계를 건축사인 제 친구에게 맡겼는데, 프로젝트 가제로 '누누하우스'라고 명명했더라고요. (웃음) 남편도 집 이름이 마음에 든다며 구글맵에 지명등록까지 해버렸어요. (웃음)
이황제 아무래도 아빠다 보니 아이들 중심으로 많이 생각하게 돼요. 이 집이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이 많이 쌓이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오래오래 봐도 질리지 않은 집이길 바랐어요.”
설계를 의뢰할 때, 어떤 정보를 참고 하셨는지 궁금해요.
박은우 전 오랫동안 봐도 질리지 않는 집이길 바랐어요. 그래서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느낌의 우드나 화이트 톤의 주택 사례를 많이 찾아봤던 거 같아요. 인터넷에서 소형 주택을 검색하다 보니 일본의 협소주택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초소형 주택이나 바퀴 달린 작은 집 사례를 소개하는 유튜브 'Living Big In A Tiny House' 채널도 많이 참고했어요.
어떤 계기로 친구에게 설계를 의뢰하셨나요?
박은우 남편하고 행궁동 집의 리모델링을 결정하고, 바로 건축사인 친구에게 전화했던 거 같아요. 제 오랜 친구기도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건축 분야에서 가장 전문가였죠. 행궁동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 내에 있어 인허가 절차가 매우 까다롭더라고요. 건축허가와 사용승인을 받기까지 지난한 과정이었는데, 신뢰 관계가 없는 사람과 진행했다면 엄청 힘들었을 거 같아요. (웃음) 끝까지 함께 해준 친구이자 건축사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특별히 만족스러운 공간은 어딘가요? 집을 짓고 나서 거주하면서 느끼는 삶의 변화가 궁금해요.
이황제 집의 모든 공간이 다 맘에 들지만, 자그만한 마당이 정말 좋아요. 우리 가족에게 마당은 놀이터이자 캠핑장, 카페가 되거든요. 여름에는 간이풀장을 만들어 같이 물놀이도 해요. 첫째 아이가 곤충을 좋아하는데, 팔달산에서 채집한 곤충을 마당에 풀어놓기도 했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마당에 개구리, 메뚜기, 여치도 함께 살았어요. (웃음) 주말 세컨하우스로 활용할 때는 행궁동 내 식당과 카페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집 안에 다양한 공간이 있다 보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진 거 같아요.
"다락방 창문 너머로 배웅을 하거나, 온 가족이 달과 별을 보던 순간들이 꿈만 같았어요."
다락에서 보는 수원 화성 성곽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주로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가요?
박은우 다락은 주로 아이들의 놀이공간이자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다락에서 창문 너머 보이는 수원 화성과 행궁동 동네 풍경이 감상하기도 하고, 남편이 출퇴근할 때 배웅하기도 해요. 정월대보름이나 개기월식같이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온 가족이 다락 테라스에 모여 같이 보기도 했어요. 아파트에서 살았다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정말 꿈만 같았어요.
가족에게 누누하우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박은우 이 집은 우리 부부가 마련한 첫 집이기도 하고, 제 커리어와 맞바꾼 집이기도 해서 정말 특별해요. 이 집에서 남편과 두 아이와 추억을 많이 쌓고 싶어요. 아이들이 커서 이 집에서의 추억을 회상할 때, 행복한 감정이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웃음)
이황제 이 집에서 살면서 우리 가족의 큰 변화가 있었어요. 저는 이직하면서 두 번째 직장을 만났고, 둘째 아이가 태어났어요. 이 밖에도 여기에 살면서 새로운 시작한 일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이 집은 1막이 끝나고 새로 시작된 2막 같아요. 저는 1막보다 더 행복한 2막이 될 것 같아요. (웃음)
박은우·이황제 부부가 'pick'한 동네 공간
팔달산 둘레길우리 가족이 주로 이용하는 산책코스입니다. 선경도서관 후문을 통에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팔달산 둘레길이 나와요. 커다란 정조대왕 동상도 있고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화성행궁과 성곽길 그리고 수원 시내가 내려다보이는데 계절마다 변하는 산의 모습이 아기자기하게 예뻐요.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도 그늘이 많아서 걷기 너무 좋아요.
수원전통문화관수원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전통 문화공간으로 아이들 대상으로는 다례 다식 체험이나 예절교육을 하기도 하고 성인을 대상으로는 전통 식생활 교육하기도 해요. 절기마다 세시풍속 행사도 해서 아이들 데리고 자주 가는 곳이에요. 꼭 교육이나 행사가 아니더라도 문화관 정자나 툇마루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개방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도 좋고 잔디마당과 한옥이 어우러지게 잘 가꾸어져 있어서 특별한 날 사진 찍으러 가는 것도 강력추천해요.
팔딱산지인이 행궁동에 놀러 오면 무조건 데려가는 곳이에요. 다양한 우리 술과 퓨전 한식 메뉴를 판매하는 주점인데 건물 구조도 독특하고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특히 우리 술로 만든 칵테일과 직접 양조하는 '팔딱산' 막걸리가 아주 맛있어요. 어떤 걸 마실까 고민하고 있으면 소믈리에와 바텐더분이 오셔서 친절하게 추천도 해주시고 순둥순둥한 레트리버가 돌아다니면서 애교도 부려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