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의 영주에게 '영주네별장'

배지현

푸드스타일리스트


동네

경상북도 영주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로컬크리에이터가 된 거 같다는 '영주네별장' 배지현 님

ⓒ영주네별장
ⓒ영주네별장

“'푸드스타일리스트인 내가 영주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어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서울과 영주를 오가며 일하고 있어요. 영주에서 ‘영주네별장’을 운영하면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데요. 9년째 운영하는 푸드 전문 스튜디오도 있어서 촬영이 있는 날은 서울에 있어요.


푸드 전문 스튜디오는 생소한데요. 어떤 공간인가요?

광고 속 푸드 사진이나 흔히 마트에서 접하는 푸드 상품의 이미지 촬영을 하는 공간이에요. 음식을 맛있게, 돋보이게 말이죠. (웃음)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저는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웃음) 제 첫 직업은 유치원 선생님이었어요. 부모님이 교육계에 계셔서 자연스럽게 교육 관련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게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했던 일인가? 앞으로도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요. 그때 제 나이가 20대 후반이었는데 너무 늦었나 싶었어요. 근데 이 때가 아니면 안 될 거 같았어요. 어렸을 적 내가 뭘 좋아했는지 되돌아보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좋아했던 게 생각났어요. 작은 소품이든, 음식이든 내가 손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 보면서 항상 뿌듯해했거든요. 그렇게 찾은 일이 푸드스타일리스트였어요. 음식을 매력적으로, 예쁘게 만드는 일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푸드 스타일링 관련 관련 분야를 공부했어요. 처음엔 작은 프로젝트 보조부터 시작했는데 어느덧 9년 차가 되었네요. (웃음)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만들어 낸 결과물을 볼 때 뿌듯하고 만족스러워요. 특히 생각했던 대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가장 만족스럽죠. 누군가 제 일에 관해서 물어보면 저는 백조 같다고 이야기해요. 겉보기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일 같지만, 물밑 작업은 정말 힘들거든요. 촬영이 있는 날은 늘 명절 같아요. (웃음) 짐 나르고, 음식 만들고, 설거지하고, 그리고 뒷정리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촬영 전후 작업하는 데 다 쓰거든요. 사실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오려면 그 고된 과정이 있어야 가능해요. 내가 작업한 결과물을 광고, 마트에서 다시 만날 때, 참 귀하고 반가워요. 아마도 고된 과정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그런 거 같아요. (웃음)

영주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과수원 ⓒ영주네별장
영주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과수원 ⓒ영주네별장

“여행하듯 일하고, 일하듯 여행하다 보면 하고 싶은 걸 찾게 되는 거 같아요”

영주에는 어떻게 내려오게 되었나요?

부모님께서 먼저 영주로 귀농하셔서 자주 오게 되었어요. 저는 지방에서 살아본 적이 전혀 없었는데 영주에 와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특히나 경치가 너무 좋았어요. 영주에 오기 전, 귀농은 부모님 세대만의 이야기로 알았는데, 요즘 다양한 세대가 왜 귀농, 귀촌하는지 납득이 되었거든요. 정말 보고만 있어도 힐링 그 자체였어요. 여느 때처럼 부모님이 일구는 사과 과수원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데, 뜬금없이 이곳에 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계절별 변화하는 영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더 오랫동안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처음 공간을 구상할 때, 작업공간으로 상상했어요. 그때 마침 우연히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라는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는데 저에게 딱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안서를 쓰기 시작했는데, 사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공간을 만드는 일보다 지역성을 드러나는 공간 운영 부분이 더 크더라고요. 사실 저는 지원사업을 써 본 적도 없고, 로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해 직접 지역을 돌고 조사하면서 다채로운 영주의 매력에 빠졌어요. 내가 가진 경험과 재능으로 영주와 어떻게 만날지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그 시작이 영주네별장이었어요.


영주네별장이 처음 공유주방으로 조성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스테이 공간으로 변경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사실 공간은 오픈하기도 전에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누가 이 공유 주방 하나 보고 영주까지 올까 싶었던 거죠. 저도 여행을 정말 좋아해서 국내 이곳저곳 정말 열심히 돌아 다녀봤는데, 영주는 잘 몰랐어요. 제안 당시에는 영주의 매력을 느끼려면 머물게 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주네별장이 영주 오신 분들이 편히 머물 수 있는 스테이로 변경하고, 주변 농장과 협업한 체험 프로그램 등 연계 콘텐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주네별장
ⓒ영주네별장

“아름다운 영주의 매력을 더 알리고 싶어요”

영주네별장 이름은 어떻게 만드신 건가요? 

제가 힐링에 관심이 많아요. (웃음) 워라밸도 중요하고 여가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요. 예전에, 여의도에서 잠깐 '아늑한 피크닉'이라는 이름으로 피크닉 집기 렌탈 사업도 했었어요. 지금은 피크닉 집기 렌탈 사업이 활성화되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저희뿐이었어요. 감성 피크닉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을 때라 정말 잘 됐었어요. 그때 힐링, 휴식이라는 콘텐츠 수요에 대한 확신이 들었어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내 집처럼, 내 별장처럼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지었어요.     


영주네별장에서 보이는 풍경이 고즈넉하고 좋아 보여요. 공간은 어떻게 찾으셨나요?

풍경이 정말 예쁘죠? (웃음) 부모님이 농막으로 쓰시던 곳이었어요. 처음에는 농막을 고쳐서 공유주방을 만들었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손 볼 곳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허물고 다시 지었어요. 


영주네별장 소품이 예쁘고 독특해서 눈에 띄어요. 소품들은 어디서 구매하신 건가요? 

소품은 모두 제가 여행하면서 모은 것이에요. 저는 여행을 가면 이틀은 소품 사는 날로 정하고, 종일 소품을 찾아 다녀요. (웃음) 그래서 여행할 때는 항상 차를 렌트해서 다녀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엔틱한 소품을 안 살 수가 없거든요. 얼마 전에도 미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빈 캐리어를 꽉 채워서 왔어요. (웃음) 


영주네별장 이후에, 영주에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영주의 농산물, 특산물을 판매하는 로컬 푸드 마켓이요! (웃음) 영주는 인구 대부분이 노년층이고, 그중 대부분이 농사 짓고 계세요. 저희 부모님처럼요. 농사일은 정말 하루 종일 노동의 연속이에요. 쉬는 날도 없고 정말 힘든 일이죠. 농부의 끊임없는 보살핌으로 사과가 만들어져요. 그렇게 힘들게 수확한 농산물은 대부분 시세에 따라 경매로 팔려 가요. 판매경로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가격이 폭락해도 팔 수 밖에 없는 현실이죠. 그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서 직판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역마다 농산물 직판장이 있기는 한데, 지역 특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경험과 재능이 영주 농산물을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영주 농산물의 생산 스토리가 보이는 로컬 푸드 마켓을 만들어 보려고요. 4월에 오픈 예정이에요. 영주로 봄나들이 오세요. (웃음)    

 

농사 짓는 대부분이 어르신이라 브랜딩과 디자인 이야기가 어렵지 않았나요?

요즘 생각보다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정말 많아요. 로컬 브랜드, 6차 산업, 콘텐츠 제작 방법, SNS 활용법 등등. 저희 부모님도 매일 교육 받고 계셔요. (웃음) 그런데 아무리 교육받으셔도 이해하고 직접 실행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왜 온라인 판매가 필요한지, 브랜딩과 디자인이 필요한 지 당위만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실행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비키 할머니와 애플파이 ⓒ영주네별장
비키 할머니와 애플파이 ⓒ영주네별장

“스스로 재밌어 하는 일을 로컬에서 하는 사람이 로컬크리에이터 같아요”

4월에 오픈하는 로컬 푸드 공간 소개 좀 해주세요. 

영주 지역 로컬 푸드와 영주 사과로 만든 애플파이를 판매하는 곳이에요. 공간명이 그래니스(Granny, 할머니) 하우스인데, 제가 알고 있는 미국 할머니 비키때문에 지은 이름이에요. (웃음) 비키 할머니는 조모로부터 100년 넘게 내려오는 애플파이 레시피를 알고 계시거든요. 얼마 전에 애플파이 레시피도 배우면서, 모델도 부탁하려고 만나 뵙고 왔어요.     

 

비키 할머니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제가 어학연수로 미국에 갔는데, 좀 특이하게 초등학교 교사로 1년간 근무했거든요. 당시 근무하던 지역이 지금 영주보다도 더 시골이었어요. (웃음) 워낙 시골이다 보니 제가 묵을 만한  숙소도 마땅하지 않았어요. 그때 동료였던 비키 할머니가 홈스테이를 제안해주셨어요. 참 감사했어요. 그게 벌써 16년 전이니까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죠. (웃음) 같이 살 때 저를 딸처럼 챙겨주셨는데, 아직도 제가 사용하던 방을 그대로 두고 계세요. 제가 3년마다 가는데, 갈 때마다 제가 입을 잠옷과 신을 양말을 항상 세탁해 준비해 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엔틱 소품들을 좋아하는 걸 알고 계셔서 미리 괜찮은 소품 가게를 지도에 체크해 두고, 함께 돌아다니며 쇼핑하기도 했어요. 정말 아낌없이 나눠 주시는 분이에요. 미국에 머물 때, 애플파이를 자주 만들어 주셨는데 그게 너무 맛있었거든요. 이번 공간 컨셉을 구상할 때 그때 생각이 났어요. 제가 영주에서 하는 일과 새로 만들 공간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웃음)     


하고 있는 일이 로컬크리에이터 같은데요. 지현 님이 생각하시는 로컬크리에이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웃음) 로컬에서 관심거리를 찾는 사람이 로컬크리에이터 같아요. 그게 지역과 관계 맺는 시작점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 맺는 사람들과 함께, 올해는 더 재밌는 일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웃음)

배지현 님이 'pick'한 동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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