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남해를 오가며 경험을 기획하는 플래너, 히어리남해

이완술 정다현

플래너


동네

경산남도 남해군 상주마을

"취향이나 관심사가 

개인에 머물기보다 서로 연결되었을때 

공감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두 분께서 운영하고 계시는 ‘플랜포히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이) 저는 디지털 미디어를 전공해서 미디어아트 작가를 고민했었어요. 그때 관심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저만의 관심사를 찾기보다는 가까운 친구라든지 부모님이라든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관심사를 다루었을 때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고 행동하는 게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와 콘텐츠가 구체적으로 있는 계획을 둘이서 계속 세워왔어요.

정) 맞아요. 관심사라는 게 취향일 수도 있고 당면하는 과제나 이슈일 수도 있는 것들이 개인에 머무르기  보다는 연결되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이곳을 위한 계획’이라는 뜻으로 플랜포히어를 만들었고 그런 것들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던가 경험치들의 현장을 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수원의 ‘행궁히어’와 남해의 ‘히어리남해’를 운영하고 있어요.


상주에서 운영하고 계시는 ‘히어리남해’의 뜻과 남해에서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정) 전에 식물원에서 일할 때 히어리라는 꽃을 되게 좋아했어요. 가지치기하면 항상 친구랑 나눠가져서 꽂아두고 그랬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경험도 있었기도 했고 또 우리가 ‘플랜포히어’니까 그냥 상주리  처럼 히어리 하는 거 어때? 해서 ‘히어리남해’로 짓게 되었어요.(웃음) 뭔가 연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물건과 사람, 이런 식으로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요소들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 저는 돌아다니면서 제가 느끼는 감각들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당장 무엇을 만드는 것보다 여기서 조사하거나 찾아보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획하고 있어요.


‘히어리남해’를 계획하시면서 남해에서도 특히 상주를 선택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정) 팜프라에서 하는 코부기 워크숍을 통해서 상주에 오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동네가 좋더라고요. 그리고 친구하고 단순한 생각에 둘 다 수영을 좋아해서 매일 수영할 수 있는 삶은 어떨까? 그런 일상은 어떨까 생각하다가 ..

이) 사실 제일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웃음)

정) 아침에 수영하고 다시 잠들 수 있는 그런 일상. (웃음)


공간은 어떻게 구하게 되신 거예요?

정) 지역조사를 해서 여기가 유리하다 판단하고 지역적 입지를 따져서 온건 아니에요. 우연히 상가가 나왔다는 소식을 팜프라 친구들을 통해서 듣고 계약하게 되었어요. 금방 계약하게 된 계기는 관계였던 것 같아요. 관계가 생기면서 아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이런 분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콘텐츠도 구체적으로 생기니까 선택했던 것 같아요. 사실, 공간과 지역만 보고 선택했다면 상주일 필요는 없거든요.


어떤 관계가 있었나요?

이) 동네 이웃분들에게 도움을 엄청 받고 있고, 주인 할머니는 수원에까지 쑥을 올려보내주시고, 아이들은 계속 찾아오고, 이런 관계가 생기다 보니까 이 관계들과 무언가 해내고 싶은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이게 이 동네의 모습이고 풍경이구나"

블로그에서 상주에 관해 기록해 놓으신 글을 봤어요. 기록을 하시면서 특별히 상주에서 좋아하게 된 공간이 있으신가요?

이) 상주의 자연은 당연히 너무 좋은 거고, 상주하면 은모래비치와 같은 정해진 공간보다는 동네분들이 일상적으로 오가거나 쉬어가는 숨겨진 공간들이 있어요. 그런 공간들을 아이들과 가보거나 할머니랑 갔을 때 너무 좋은 거예요.

정) 머물면서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니까 좋은 공간들도 계속 바뀌더라고요. 친구가 알려준 공간에 친구와 갔을 때 그 느낌들이 나랑 연결되었을 때 나도 좋아지는 것도 있고, 머물면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보리암 마니아라서 (웃음) 수시로 가다 보니 그 길이라든지, 일상적으로 위로가 되는 공간들이 생기더라고요.


작업의 시작으로 ‘살아있는 것’을 기록한다고 들었어요. 꽃과 풀 외에 정박한 배라든지 조개 껍질과 같은 어쩌면 ‘살아있지 않다’고 하는 것들도 기록했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것’에 대한 두 분의 정의가 궁금해요.
정) 이 주제를 너무 좋아해요! 이건 제 삶의 것들일 수 있는데, 저는 생과 사가 아니라 ‘기운’이라고 생각했어요.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것들이 있는 반면에 죽어있지만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생기를 불어 넣어서 살아있게 하고 살아있는 것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만들고 가공해서 자기 일상에 녹아들고 잘 쓰인다면 그것도 나와 연결되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자연도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조개껍데기라던가 나뭇가지도 나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킬 때 연결되어서 같이 살아 있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전에는 여행가서 정박해 있는 배들을 보면 옛날 이미지 수집하듯이 멈춘 것 처럼 보였는데 아니더라고요. 다 이유가 있어서 이런식으로 여기에 놓여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저희 공간 맞은편에 스티로폼이 무질서하게 쌓여있는데 또 이야기를 들어보면 쓰레기처럼 놓여 있는게 아니라 그냥 이게 이 동네의 모습이고 풍경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미화 차원에서 단정한다고 자연이 느껴지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구석구석 풍경들을 관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 이 뷰가 너무 싫다고 (웃음)
이) 처음에 제가 이 공간을 모르고 도시인으로 다가가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점점 가게에서 스티로폼 쌓아놓고 하는 모습들이 되게 색감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주인 할머니댁
주인 할머니댁

"우리가 사투리를 써서 반말로 하는 경우가 많아
너네들이 이해를 해주고 이웃이니까 잘 지내자"


‘히어리남해’에서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자주 가는 맛집이 있으신가요?

정) 한 번은 혼자 있을 때 주인집 할머니께 밥을 해달라고 했었어요. 그리고는 할머니께 밥해달라고 하고 아침에 저를 깨우시면 점심반찬 뭔지 물어보고 마음에 들면 가서 먹고 그랬어요 (웃음) 그래서 주인집 할머니 맛집 !


남해에서 좋아하는 공간 혹은 사람이 있으신가요?

정) 팜프라친구들! ‘히어리남해’ 공사할 때 거기 가서 샤워하고 밥도 먹고 그렇게 했죠. 사실 팜프라가 없었으면 선뜻 상주로 결정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할머니!(웃음)

이) 여기 동네 아이들이요. 아침부터 문을 두드리기도 해요. 바다 가서 조개 줍고 같이 길고양이 돌보기도 하고요. 한 번은 5학년 애들이 와서 아지트 만들자고 끌고 가서 막 아지트 만들 장소 찾기도 했고요. (웃음)

정) 용접신 이정남 사장님도 계세요. 항상 뭐 하고 있으면 어려운 일 없냐고 물어보시고 수원에 있을 때도 전화해주셔서 언제 내려오냐고 물어보시고 (웃음) 한 번은 동네 방범대 회식에 초대해서는 방범대에 들어갈 뻔했어요. 그리고 바로 옆에 끼니 국밥집 사장님도 좋으세요. 맨 처음에 왔을 때 페인트칠을 엉성하게 하니까 사다리 가져다주시면서 처음 하셨던 이야기가 ‘우리가 사투리를 써서 반말로 하는 경우가 많아 너네들이 이해를 해주고 우리 이웃이니까 잘 지내자’ 이렇게 해주시는 거예요. 그때부터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렸어요.


상주에서 주로 가시는 산책로가 있으실까요?

이) 산책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여기 있으면서 밤 시간에 자주 나가게 되었어요. 앞 바다에도 가는데 여기서 소량마을 가는 샛길이 있거든요. 거기가 진짜 이뻐요.

정) 저는 밤에 보리암이 너무 좋아요. 해지고 자주 가요. 거기 불이 다 은은하게 있어서 보리암은 밤 매력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조금 더 시간을 쌓아가고 이야기를 엮다보면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히어리남해에서 진행하고 계시는 ‘상주의 얼굴들 그리고 놀기’로 연결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이) 인터뷰의 중간 매체로 얼굴 그림을 선택했어요. 또 얼굴을 그리면 눈코입이나 눈빛을 보게 되니까 그 사람을 이해하거나 기운이 와닿는 게 생기더라고요. 통유리에 붙은 그림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보고 놀러 오고 재미있어서 사람들이 또 몰려오기도 하고요. 우리가 동네에 있는 것들을 궁금해하고 다가가고 싶다는 것을 이런 것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어요. 

정) 일상적인 행위들이 쌓였을 때 시간의 힘을 믿는 편이에요. 지역에 오자마자 뭔가를 열어서 우리를 드러내기보다는 조금 더 동네분들과 시간을 쌓아가고 이야기를 엮다 보면 이분들과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히어리남해에서 계획 중이신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정) 앞에서 말했던 ‘감각수집’이라는 프로젝트에요. 사소한 경험들의 차이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경험으로 사람들의 공통분모를 만들 수 있다면 자연과 같은 원초적인 감각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원초적인 안정감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원초적인 것은 누구에게나 씨앗은 있지만 경험의 부재로 트여지지 못했다고 믿고 있고요. ‘자연에서 노는 법’이라는 타이틀로 지역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향유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상주에서 지역민들이 자연을 누리는 방법을 같은 동네나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콘텐츠에요. 보통 지역을 표면적으로 관광지로서 지나치는데, 관광상품 대신에 여기만의 행위를 해봄으로써 자연을 면밀하고 내밀하게 경험하는 순간들을 가질 수 있는 키트도 개발하고 있어요.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의 양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경험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으면 여기 사람들이 왜 이런 삶을 사는 건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 같아요.


남해로 오실 예정이신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 막연한 로망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중년이 되어서 번듯한 전원주택을 지어야만 꿈을 이룬 멋진 중년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막연하게 미래에 있기보다는 연습하는 기간을 스스로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인터뷰하면서 느꼈던 것은 어찌 되었건 장벽은 편견이 더 장벽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또 재미있는 건 이 마을 사람들도 편견이 있다는 거였어요.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거에 따라서 편견이 작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 덧붙이면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분들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원주민들에게 100프로 녹아들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청년들이 지역에 왔을 때 더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토박이처럼 살겠다고 하는 건 욕심인 것 같고 동네 안에서 스스로가 객관적인 위치를 잘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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