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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산, 남해를 왕래하는 노마드라이프, 세모점빵
남해에서 세모점빵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조수연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지역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3미터 크기의 나무를 혼자드는 방법을 아냐고 묻던
조수연 대표는 곧이어 자신있게 말했다.
'저는 그 방법을 알아요!'

"21살,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갔던 곳이 남해였어요"

학창시절을 영국에서 보내고 서울로 돌아오신거죠?

네, 영국에서 대학교까지 다녔어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서울에 와서는 대학 강의도 다니고 삼성전자에서도 일했어요. 근데 너무 내가 살던 세상과 다른거에요. 사람들에게 치이고 이런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시골로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 남해를 선택하셨어요?

21살에 한국에 돌아왔어요. 그때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갔던 곳이 남해였어요. 독일마을에 갔었는데 그때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남해를 후보 중 하나로 넣었죠.(웃음) 결국 남해에서 가장 먼저 땅을 구하게 되어 남해로 오게 되었어요.

남해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데도 ‘세모점빵’은 산속에 숨어 있는게 재미있어요.

저는 이상하게 바다가 싫더라고요. 모르겠어요. 바다를 보면 조금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남해 관광 지도 펼쳐 놓고 보니 이 지역(내산마을) 안에 길이 딱 하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무작정 그 길에 가봤어요. 근데 그 길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 길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잘 지켜내는 것 같아요. 계절을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가을이면 ‘나 가을이야’하면서 단풍으로 물들고  봄이면 ‘나 봄이야’하며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요. 여름에는 온통 초록빛, 겨울에는  쓸쓸하게 가지만 남아 새하얀 모습을 보면 계절에 솔직한 길인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주간을 되게 좋아해요"

세모점빵 컨셉이 크리스마스인데 혹시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좋아하시는 건가요?

아뇨(웃음) 크리스마스보다는 크리스마스’이브’컨셉이에요. ‘이브’ 에 설레는 느낌과 여행 왔을 때 설레는 감정을 함께 풀어내고 싶었어요. 영국은 크리스마스 주간이라고 해서 이 날을 위해서 사나 싶을 정도로 화려하게 홈 파티를 해요. 캐럴도 좋고,  모든것이 용서될 것 같은 따듯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어릴때 느낀 그런 감정이 남아 있어서 크리스마스 주간을 아직도 되게 좋아해요.

레시피를 자신만의 기준으로 정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평소 선택에 있어서도 기준이 명확한 편인가요?

영국에 있을 때 파운드 가게에서 엄청 오래 일했어요. 그때 어깨너머 봤던 거를 참고하고 맛은 제 기준에서 맞추어갔어요. 그런걸 보면 저만의 기준이 명확한 편인 것 같긴 해요. 필에 꽂히는 데로 하는 스타일이지만 뒤돌아보면  별로 후회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평소에 어떤 선택을 할때도 내 거 아닌 거에는 미련 갖지 말자고 생각해서 감각을 믿고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것 같아요.

“한동안 별명이 ‘내산괴물’이였어요"

세모점빵의 모티브가 루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이라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빨강 머리 앤>을 영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있을 때 애니메이션으로 봤는데 너무 제 이야기 같은 거예요. (그 당시 어릴 때) 처음으로 끝까지 본 애니메이션이었던 것 같아요 <빨강 머리 앤>이 사는 집의 박공지붕 모양을 모티브 삼아서 세모점빵을 디자인했어요.

동화 속 공간을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런 공간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상상 속에서 들어가 살아보기도 하고요. 어릴 때 저는 그렇게 말 많은 아이도 아니었고 인종차별이 심하기도 해서, 혼자서 공상하고 상상하고 이런 거를 되게 좋아했어요. 지금도 약간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섭거나 지루하지 않으니까 여기 와 있는 거겠죠. (웃음)

작은 소품부터 설계까지 모두 직접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세모점빵을 시공하는 동안 별명이 있었다고요?

(웃음) 어떻게 알았어요? 공사하는 아저씨가  ‘내일 보자’하고 퇴근했는데 다음날 새벽에 와보니 아직도 제가 일하고 있으니까 ‘너 왜 그러냐고’ 묻기도 했고 아! 3미터짜리 나무를 혼자 드는 방법 알아요? 저는 혼자서 드는 방법을 알거든요. 혼자 나무도 막 치우는걸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아저씨들이 많았어요. 그때부터 내산에 괴물이 왔다고 해서 한동안 별명이 ‘내산괴물’이였어요.

시골이 텃세가 심하다고 하잖아요. 이웃과는 어떻게 지내세요?

시샘하는 사람도 있고 미워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 부모님 오시면 부모님한테 ‘딸이 어쩜 이렇게 예의가 바르냐’고 칭찬 하시더라고요. 저 별로 예의 안 바른데 진짜 인사 빨 하나로 부모님께서 동네 어르신과 식사도 하고 그랬어요.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나요?

한 번은 싸움이 났어요. 메뉴가 잘못 나가서.. 근데 너무 심하게 뭐라 하는 거예요. ‘너는 죄송하다는 얼굴이 그 표정이냐’고 하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벙쪄있었어요. 그때 몸뻬 바지 입고 항상 돈 한 뭉텅이씩 들고 다니시는 어머니들이 사투리로 ‘그만하소’그러면서 그분을 내쫓으셨어요. 그리고 무식하다고 우리 시골 아줌마보다 무식한 게 배운척한다고 그러시는데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던 일도 있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토 나올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어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최근에 봤는데 뭔가 비슷하신 것 같아요.

와 맞아요. 저도 봤어요. 매체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아는데 저도 다 겪었어요. 처음에 내가 우스워 보이나 그런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한동안은 낯선 사람들보면 식은땀부터 나고 경직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스토킹 당한 적도 있어요.

스토킹요?

네, 공사 때 인부로 오셨던 분이셨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토 나올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어요.

어떻게 되었어요?

신고하고 소송하려고 했는데 증인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공사 도와주셨던 포클레인 사장님께 스토킹 이야기를 했더니 ‘증인 필요하지? 증인 서주고 창원 법원 가야 하면 한 번은 가줄게’ 딱 이렇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죠. 결국은 형사분이 스토킹하신 분 바로 찾아가셔서 ‘문제 일으키지 말고 얼씬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해결 되었어요. 그때는 진짜 집 밖에도 못 나갔어요.

“너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

아동심리학을 공부하셨고 은모래비치 해변에 있는 상주중학교에서 그림 치유를 했다고 들었어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관심이 너무 많아요.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건 결국 두 가지에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부모님 때문이죠. 매장에 종종 아이들이 왔는데 한 여자아이가 유독 틱 장애가 심한 거예요. 계속 중얼중얼 하는데 알고 보니 엄마가 모든 걸 다 보고 받아야 했던 거예요. 그래서 아이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외운다고 그랬던 거예요. 근데 알고 보니 아이 엄마도 어릴 때 술장사하시는 할머니 밑에서 자라서 학대를 많이 받으셨더라고요. 그래서 1년 정도 치유상담을 했던 것 같아요. 엄마 상담을 특히 많이 했고요. 

많이 나아졌어요?

틱장애는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자주 전화 와요. ‘이모 저 오늘 이런 거 했어요.’라고 이야기하면 제가 ‘이모 하나도 안 궁금해 이야기하지 마’ 그러면 막 웃어요. 그리고 ‘너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 해. 노트에 써서. 알았지?’ 이렇게 말해줘요. 그 아이가 글 쓰는 게 또래보다 잘 쓰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많이 해소시켰어요.

대안학교 설립을 꿈꾸고 있다고 들었는데 꿈을 조금씩 이루고 계신것 같아요.

(웃음) 그런 것 같아요. 대안학교를 꿈꾸고 있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때가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대안학교는 문제 있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마음 아픈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은 기댈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한 거라서 그런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모점빵이 학교는 아니더라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꿈꾸고 있어요.

세모점빵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아빠랑 함께하는 베이킹 교실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경상도라서 그런지 대개 가족이 오면 아버지가 무뚝뚝한 편이더라고요. 요즘 말로 츤데레라고 하던데 저는 처음에 츤데레를 이해 못 했거든요.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또 그건 아니더라고요. 엄마는 앉아서 커피 마시고 아이와 아빠가 함께 빵을 만드는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어요.

남해에서 추천해줄 공간이 있을까요?

지족 다리 밑으로 가면 해안 도로 따라서 남해읍까지 갈 수 있거든요. 일몰 때 그 길 한번 가보세요.  그 길 따라가면 나지막한 섬도 있고 바다인데 약간 강처럼 보이면서 뭔가 훅 와요. 슬플 때는 커피 뽑아서 캠핑의자 펴놓고 앉아 있으면 너무 좋아요.

동네 위치
에디터. 김경환 l 사진. 문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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